걷는 동작은 아주 일상적인 행위이지만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걷는 도중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비스러운 신진대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부족은 '도보 여행'을 통해 여러 지역을 탐험하면서 명상과 개척 정신을 함양한다고 한다. 잠시, 골치 아픈 서류 따윈 잊어버리고 무의식이 이끄는 길을 따라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걸어보자.
그냥 걷다보면, 불합리한 현실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문제 해결 방식과 갖가지 기발한 발상이 문득 떠오르게 된다. 이제, 마음을 비운 채로 막연히 떠오르는 형상 속의 사람(혹은 사물)과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는 놀라운 경험을 체험해보자. 걷는 데 있어 굳이 일정한 목적을 내걸 필요는 없지만, 원하는 주제를 정해놓고 걸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길 하나쯤은 따로 지정해두고, 자신의 사고를 정리하는 통로로 이용하자.
두 다리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을 때 사고의 흐름은 촉진된다.
뒷문을 통해 살짝 사무실을 나선 후, 맨 위층으로 올라가자. 빌딩 관리자에게 여유롭게 인사를 건넨 다음, 옥상으로 올라가 탁 트인 시가지 전망을 감상해 보자. 현재 서 있는 위치에서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아무도 모르게 살짝 거리로 나서보자. 경쟁사 제품이 시판되는 가게도 한 번 들러보고, 얼핏 스쳐 가는 표정들 속에서 '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나'하고 희로애락의 감정도 읽어보다가, 심장의 맥박이 힘차게 뛰도록 걸어보자.(걷는 것 자체를 운동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은 책을 잔뜩 넣은 배낭을 매고 걸어보자.)